이전 글에서 보다시피 가방을 질렀다. 기존에 사용하던 d70과 렌즈들, 그리고 sb-800과 기타 액서세리들을 넣고 다니던 로우프로 짝퉁 중국가방이 너무 비좁기 때문에, 로우프로 정품으로 flipside 400aw를 남대문에 가서 질렸다.
그리고 나서 집에와 나의 카메라와 그 딸린 식구들을 이사시키고 나니 공간이 남는다. 허걱...삐질...

카메라 가방의 빈 공간을 보다보니 갑자기 기변하고 싶은 강한 충동...
d70...한 3년 잘 썼지... 이놈 d70과 만난 것도 사연이 깊지^^

[잠시 나의 카메라 변천사]
내가 처음 만져봤던 카메라는 초등학교 때, 사우디에서 돌아오신 외삼촌이 증여하신 미놀타...모델명은 모르겠다. 이걸루 중고등학교 때 소풍가서 사진 잘 찍었다. 조리개 5.6에 셔터스피드 125 놓고 찍으라는 사진관 아저씨 말씀대로....
대학 때 형이 니콘F301을 질렀다. 형이 사다만 놓고 사용하지 않는 관계로 대학다니면서 사진학회 활동하던 나로써는 땡큐하며 잘 썼지... 지금은 고장나서 우리아들 책꽂이 꼭대기에 잘 모셔져 있고....

그리고 나서 2000년대가 도래하면서 디지털 카메라가 대세를 이루기 시작했다. 오매불망 나도 꿈꿔봤지만, 갓 신혼에 기닥 여유없는 월급쟁이라 엄두도 못내다가 둘째 예원이의 출산(2002년)을 앞두고 형의 지원을 받아 하나 질렀다. 그것이 나의 첫 디카 올림푸스 배가레스(100RS).... 광학줌 10배의 매력에 구매했는데, 배터리(AA건전지 4개) 소모에 150만 화소의 안습을 극복하며 우리 아이들의 성장을 잘 담아냈다.

2006년 일본 출장을 갔다. 일본측 협력업체와 비즈니스 계약 때문에.... 출장지는 동경... 기간을 3박 4일, 기술협상 2일, 계약서 조인 반 나절... 그리고 조금 놀다가 토욜에 컴백...예정이었다. 시간이 좀 남을 거 같아 일본내 가격비교 사이트에 가서 평소 꿈꾸던 DSLR의 가격을 찾아보던 중 줌렌즈 더블킷 이벤트를 하는 D50이란 놈에게 필이 꽂혀 버렸다. 당초 구매계획이 없었던 터라 마련된 자금도 없고... 형에게 국제전화를 걸어 구매하는 상황이 되면 일단 빌려달라고 했다. 내 아내에겐 말도 못꺼내고... 우리 상황에 그게 말이 안되니까... 음성적으로 구매하려고...꿀꺽...
그런데 기술협상과 기타 조율하는데 철야를 불사하고 했는데도 시간이 모자랐다. 양사 대표들의 회동시간은 다가오고, 우리 사장님도 동경에 들어왔고...그러다보니 쇼핑할 수 있는 시간은 다 날라갔다. 토요일 비행기를 일요일로 연장했음에도... 그래서 구입하고자하는 D50과 판매처를 일본 담당자에게 부탁하고 다음번 미팅때 한국으로 가져와달라 부탁해서 2006년 10월에 D50을 만나게 되었다. 그 당시 가격으로 일본내수용에다 렌즈 2개 포함해서 상당히 싸게 샀던 것으로 기억한다.

집에 와서는 일본하고의 계약이 성사된 기념으로 선물받았다고 했는데, 꼬리가 길면 잡힌다고... 형 계좌에서 내 계좌로 돈이 넘어온 흔적을 형수가 발견하고 추궁당하던 형은 형수에게 실토하고, 그게 가족모임 자리에서 우연히 아내의 귀에 들어가게 되어 발각... 몇 일동안 밥도 못얻어 먹고 손이 발이 되도록 빌고, 형에게 빌린 구입자금은 아내가 갚아주고, 사연이 많은 D50이었다.

그런데, D50과의 사연은 이게 다가 아니다.
2007년 1월 몽골 교육부 차관미팅이 있어서 사장님과 몽골 출장을 갔다. D50 데리고, 중요한 일정을 따라 내D50은 모든 중요한 장면을 착실히 담아냈다. 그러다 출국을 앞두고 시간이 남았다. 그래서 몽골에 파견나와 계시는 교육부 서기관과 우리 사장님, 그리고 나랑 같이 울란바타르에서 제일 유명한 발맛사지를 받으러 갔다. 1시간여 맛사지를 받고 나왔는데, 교육부 서기관님의 차(렉서스 SUV) 뒷자석의 조금만 유리창이 깨져 있고, 그 자리에 놓여있던 내 카메라 가방이 통채로 사라져 버렸다. 마침 서기관님 운전수가 몽골 비밀경찰 출신이라, 몽골 경찰국 통해서 울란바타르 내 외부순찰 나와있는 모든 경찰들에게 무전 때려서 수색하는 영광도 있었지만 결국 몽골의 도둑님에게 헌납하고 말았다.
내게 D50은 나의 생애 첫 DSLR 카메라인데다 일본에서 구입해 몽골에서 잃어버리는 국제적 사연을 가지고 있는 놈이다.

우여곡절을 거쳐 구입했던 D50이라 아내에게 잃어버렸던 얘기도 못하고, 혹시나 업무차 갔다가 잃어버렸으니 혹시 회사에서 사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했는데, 내 속만 타들어가고, 2007년 4월 어머니 칠순 기념으로 태국 가족여행 날짜가 다가오고 있고, 다들 내 D50으로 사진 찍을 생각하고 있고.... 답답해 하다가, 같이 일하는 부하직원의 D70을 빌려서 태국여행을 다녀왔다. 카메라에 관심이 없는 가족들은 모델이 다르다는 생각은 꿈에도 못하고, 같은 놈이라고 생각하고 잘 돌아왔다.

그래서 태국여행이 계기가 되어 회사에서 밀린 경비 받은 걸루 D70, 니콘50 단렌즈, 탐론 28-77 줌렌즈, 탐론 70-300 망원줌렌즈를 구입해서 지금까지 사용하게 되었다.

그러다 밤잠도 설치며 꿈에 그리던 기기 업그레이드를 하게 되었다. d300s+mb-d10.....
얘네들 갖고 프로같은 사진 함 찍어봐야지... 내년엔 렌즈로 달리마...ㅋㅋ 여보 미안....

Posted by 다울의 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