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일 전 정말 보고싶었던 본부원들을 만났다.
본부회식... 3개월 여 만에 만난 아이들의 모습에는 반가움과 피곤에 지친 모습이 역력했다. 가슴 아프다.

이러닝 산업의 앞이 보일까?
아니, 우선 이러닝이 하나의 산업군으로 자리잡기에 충분히 성숙되었을까?

IMF 이후 무수한 IT인력의 배출과, 더 이상 웹에이전시로 먹고 살길 없는 사람들이 다시 헤쳐모여 지금의 노동일군으로 밤을 패면서 그 명색을 유지한다.
중소기업은 엄두도 못내는 일이지만, 대기업은 각각의 교육팀 내지는 HRD 관련 부서에서 오프라인 과정의 온라인화와 집합교육을 대체하는 교육시스템으로 그 규모의 경제를 만들어낸, 물론 노동부의 고용보험환급제도가 없었으면 결코 엄두도 못냈을 상황... 아류적 산업이라 건설업, 조선업처럼 하나의 산업을 인식하기에는 멀~었다.

대기업 모사의 사장조차 사장단 모임에서 부장취급 받는다고 하니, 이러닝의 위상은 뻔할 뻔자다.

이놈의 이러닝 산업(?).. 그냥 이러닝업이라고 하자.
국가적, 산업적 원칙 및 체계도 없어서, 인건비도 못챙기는 열악함의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으면서도, 90년대 후반 이후,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이 바닦에 있었던 사람들이 떠나가지도 못하고, 이 안에서 생계를 챙기고 있기에 "업"의 명맥만 유지하는 진절머리 나는 그런 업이 아닐까 생각한다.

정부가 정한 소프트웨어 노임단가는 꿈에도 못꾼다.
그렇게 했다가는 고용보험 환급기준 한 과정을 개발하는데, 투입량은 투입등급 무시하고 대충 6M/M정도, 투입인력은 PM 및 교수설계, UI디자인, 애니메이터, 필요시 3D 개발에, 프로그래머 정도... 부수적으로 성우 및 구성작가 등의 아웃소싱 별동대로 투입해야 하고... 구성작가 같은 경우 고객한테는 전문 구성작가가 참여한다고 하지만, 이것또한 애매한 일이라, 교수설계자가 직접 하는게 더 효율적일 때가 많다.

보통 이러닝 콘텐츠개발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구성이 PM 및 교수설계(기획), 디자인, 애니메이션(개발) 파트로 구성이 되어 있는데, 이들의 미션은 명확하지만, 비전을 정의 내리지 못해 현재의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현명함을 가지기가 힘들다.
아직은 젊기에 하루 이틀, 아니 필요한 시간만큼 야근, 철야에 주말작업까지 서슴없이 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게 언제까지겠는가? 그 다음은...?
최소한 이 업에 종사하는 이들은 바란다.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 제 시간에 퇴근하고, 휴일 및 주말에는 충분히 자기 시간을 갖기를.. .좀 더 욕심을 내자면, 주중 저녁시간도 자기 계발을 위해, 또는 연인과의 데이트를 위해 시간을 내고 싶어한다.
하지만, 현재 이 업에 종사하는 이들의 대부분은 평일 저녁 7시 이전에 퇴근할 때, 죄인된 심정으로 몰래 엘리베이터를 타야하고, 주말, 휴일 작업을 배째면 월요일 아침 고객으로부터 피비린내 나는 클레임이 걸려온다.
그러면서도 수익구조는 형편없다. 아웃소싱에 아웃소싱으로 개발비를 줄이지 않으면 수익은 기대할 수 없다. 게다가 갑으로부터의 자금이 원활하게 순환되지 않으면 직원 급여 및 외주개발비 지체는 밥 먹듯 벌어지는 일....
아웃소싱으로 교수설계나 개발 알바를 한 사람치고, 일을 준 업체로부터 알바비 받는데 곤욕을 치르지 않은 사람 없을 것이다. 내가 그 안에 있어봐서 아는데, 있어서 돈 갖고 장난치는 회사는 없다. 혹, 한 둘은 있을지 모르지만...

이러한데, 누가 이 업을 가지고 있는 회사에 들어가기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겠는가?
이 얘기인즉은, 맨파워가 점점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많은 업종이 그러했겠지만, IMF 직후 이 업의 초창기에는 그래도 구성인력의 역량은 다를 산업군에 비해 떨어지지 않았다. 사람을 학력을 기준으로 줄 세우는 것은 시대에 뒤떨어진 기준일지 모르겠지만, 개량화된 다른 잣대가 없으니... 잠깐만 못난 사람이 되어보자.

90년대 최후반에서 2천년대 초반, 교수설계 인력의 대다수는 한양대와 이화여대 교육공학 전공자가 주류를 이루었고, 비전공이라 하더라도, 서울권내 사범계열에 속한 과를 전공한 사람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그런데, 2003,4년도 전후로 한대와 이대 멤버들은 이 바닦을 떠나 전업 내지는 프리랜서로써 삶을 시작한 사람 정말 많았다. 통계는 안내봤지만, 지금 현재 이러닝 업체 내 정직원으로 있는 이 중에서 한대와 이대에서 교육공학을 전공한 사람을 찾기는 하늘의 별 따기...
그 이유인즉은 처음 지식산업인 것처럼 화두가 되면서 IMF에 일반 대기업 HRD쪽으로 진입하지 못한 우리 교공인들이 이 바닦의 초창기 실무 멤버로 들어와서, 밤을 패며 교수설계하고 콘텐츠 개발하고 했지만, 그 사이클이 3년을 넘기기는 힘들었다. 일이 익숙해지면서 뭔가 더 수월해지는 것이 없고, 점차 고객의 눈높이는 높아져서, 주는 돈은 생각 안하고 요구사항만 많아지고... 그러니 하나 둘 씩 프리로 전향하거나 아예 다른 분야로 전업하거나, 꿈에도 그리는 오프라인 교육조직으로 합류하거나 하며 이 바닦을 떠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서 그네들의 빈 자리를 메꾸고 사업을 영속하기 위해 Second 그룹이 발굴되어 지금의 위치에 왔다. 현재의 교수설계 인력 프로필을 보면 참 어렵다. 교수가 뭐고, 설계가 뭔지 모르면서 파워포인트 열어서 내용 채우기에 바쁘고, 아이디어라고 하는 것이 어디 텔레비전, 영화, 광고같은데서 컨셉이라고 베껴오고, 켈러의 ARCS를 얘기하지만 전혀 콘텐츠 안에 녹아 있지 않고, 참 어려운 인력들이 어렵게 이 업을 끌고 가고 있는 것이다.
반면에 그래픽이나 비주얼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급 발전되었는데, 알멩이는 떨어지고... 참 코메디같은 상황이 이러닝 시장에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또한 이러닝 시장규모에서 공공부문이 많은 부분을 기여하고 있는데, 그 속을 들여다 보면 더 코메디다.
지들이 예전 정통부 고시를 통해 소프트웨어 노임단가를 정해놓고, 그 기준을 말도 안되게 반토막 내기해서 발주낸다. 금액은 크다. 2,3억은 기본이니까... 그런데 그 안을 들여다 보라.
보통 10여 과정 이상이다. 작년 우리나라 전기를 책임지는 모 기업 같은 경우는 기존 콘텐츠 수정이라고 20과정 가까이를 발주해서 3억을 줬다. 그런데 프로젝트 착수하니 싹 다시 만들어달랜다. 수주한 너네가 바보지 하며 뻔뻔스럽게 요구하는데... 이런 C8놈들이 있나.. 지금도 이글을 쓰며 열 받네...
그 때 상황 있는대로 얘기하면, 외주의 외주로 프로젝트 진행할 수밖에 없었고, 최종 외주 받은 애들은 후에 듣자니, 교수설계 차시당 5마넌, 개발은 양산차시 한 개당 8만원에 개발했단다. 그러니 그 모양으로 나오지...
그래놓고 A등급 몇 개 이상 나오게 해달라... C 나오면 재개발.. 우와 미친넘들... 그래서 C 몇 개 나와서 욕 바가지로 먹었다. 과정당 개발단가 1천 2백만원으로 고용보험대상 과정 15개 중에서 11개가 B등급 나왔으니 이건 그 회사 회장이 나와서 박수치고 정중히 감사를 표할 일인 것이다. 이런 젠장.. 또 열받네...
또 한 군데는 우리 나라 소방 모시기... 과정당 개발단가 따지니 대략 2천 4백여만원... 이정도면 아주 형편없지 않아서 해볼만했다. 고용보험심사도 없고, 16차시로 개발하는 것이니...
그런데 또 코메디... 담당자가 풀 3D로 된 홍보용 콘텐츠를 하나 보여주더니 무조건 과정마다, 차시마다 이거 넣으란다. 이런 미친... 그거 하나 만드는데 몇 천만원인데... 븅신.. 알고나 하는 소린지... 그러니까 자기는 잘 몰라서 그러는데, 위에서 꼭 넣으랬단다. 그래서 그거 흉내내다가 콘텐츠는 개차반나고(불쌍한 학습자), 개발비는 뽑지도 못하고, 진행하면서 그것 때메 맨날 욕먹고...이런 지랄....
공공분야가 먼저 앞장서 욕심을 줄이고, 개발비를 현실화시키지 못하면 "을"로써 살아가는 이들은 치열하게 경쟁하며 공공에서 내놓은 가격에라도 수주하려고 목숨을 바칠 것이다. 수주 실패하면 직원들 월급 줄일이 막막하고, 수주하면 그 가격에 개발하려니 적자가 눈에 보이고... 공공이 양심을 바로 세워 개발비용을 현실화 시키기 위해 제대로 원칙을 세우지 않으면 당신네들의 밥줄이 없어질지도 모른다.
그리고 공공때문에 열 받는거 마지막 하나... 그놈의 제안서와 샘플 개발... 이거 하는데 얼마의 투입이 들어가는지 계산은 해보나? 2천여만원짜리 하나 개발하는데 뭔놈의 제안서와 제안샘플이여... 제안서 쓰는데, 최소 2명에서 3~4일은 써야하고, 샘플개발하는데, 0.5M/M는 투입되는데, 그거 돈으로 환산하면 제경비, 기술료 빼더라도 2~3백만원짜리다. 인쇄비만도 몇 십만원인데.... 공무원들의 불필요한 탁상행정 고쳐야 한다. 젠장~

이런 내,외부적 어려움 속에서 오랜만에 만난 우리 아이들은 여전히 희망없이 월급 나오는 것에 만족하며, 내년의 승진을 기대하며 고생하고 있는 것이다.
돈 주는 이들은 조금이라도 원가를 삭감해야 할 것이고, 돈 받고 일하는 이들은 돈 받았으니 고객이 졸도할 때까지 몸바쳐 일할 것이고, 그러다 보면 나처럼 전향하고 아이들 코묻은 돈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이들이 생기지 않을까?

정말 그런 생각이든다.
1995년 On Line Educa Korea에서 호주 울룽강(?) 대학교와의 화상회의 장면을 보며 정말 저런 교육환경을 현실화시킬 수 있을까 하며 그저 꿈에 그리던 모습으로 이러닝이 있었으면 차라리 좋았겠다... 하는...

난 또 오늘 하루를 마무리하고, 갑자기 추워진 학교에서 좀 더 매상 많이 올릴 일이 없나 고민해야겠다.
Posted by 다울의 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