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날 주일학교에서 2부 순서로 아주 재미있는 게임을 했단다. 게임에서 이기면 게임을 진행한 셉샘이 준비한 과자류를 획득하는데, 나의 사랑하는 딸 예원이도 비닐봉지에 하나 가득 받아왔다.

  주일 오후.. 거의 저녁시간이 다 되어가는 때라 입도 궁금하고, 내가 좋아하는 자갈치가 있길래 아빠 좀 달라 했더니, 안준다고 고집을 부린다. 빈정이 상한 나는.... 과자 하나로 욕심을 부린 예원이가 밉기도 했지만, 다른 사람을 전혀 생각하지 않은 그 모습이 걱정되어서 마음을 단단히 먹고, 자기 스스로 부린 욕심이 잘못된 것임을 고백하도록 하기 위해, 약간(?)은 치졸하고 치사한 방법으로 예원이를 타임아웃시키기로 했다.

  그날 저녁은 만삭에 힘들어하는 아내를 위해 집앞 식당에 가서 고기를 먹는데, 예원이를 철저하게 그림자 취급했다. 물도 예원이만 빼고 따라주고, 열심히 태우와 아내만 챙겼다. 식후.. 시장에 가서도 태우 필요한 것만 사고, 마트에 가서 퍼먹는 아이스크림과 간식거리를 사서 집으로 왔다. 예원이도 지기 싫어하는 마음에 상품으로 받아온 과자를 뜯어 먹긴 하지만 부른 배에 과자는 금방 질리고, 나와 태우가 먹고 있는 쿠키앤크림에 눈독을 들인다. 하지만 우리 예원이도 자존심이 보통이 아닌지라, 흘낏흘낏 내가 관용을 베풀길 기대하는 눈치지만, 자기 스스로 잘못을 뉘우치기 전에는 상대를 안할 결심을 했기에 열심히 약올리며 태우와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둘이 먹기에는 많은 양이라 1/3만 먹고 냉동실에 넣어 놓았다. 잠자리에 들 때도 잠자리 기도는 태우에게만 하고 예원이는 따~시켰다. 원래 잠자리 들기 전에 관계를 개선하는 것이 성경의 가르침이긴 하지만, 예원이가 좀 더 배려심 깊은 아이로 성장하는데 있어서의 터닝포인트가 되길 기대하는 마음에 꾸욱 참았다. 내가 샤워하는 사이... 아내가 중재에 나서고, 예원이는 오빠가 잠들면 아빠에게 잘못했다고 하기로 했다는데, 겸연쩍고 창피한지 예원이는 내게 다가오지 않았다.
그러면서 아내한테 그랬단다. 아빠는 내일이면 풀릴거야~ 헐~
그렇게 주일 밤은 지나갔다.

  하루가 지나 월요일... 출근하는 길에 태우에게 큰소리로 저녁 먹고 위탈(위기탈출 넘버원) 보면서 아이스크림 먹자고 하며 비몽사몽 예원이를 약올리며 집을 나섰다. 저녁이 되어 퇴근하는데, 예원이도 나도 서로의 눈길을 외면하며 냉전을 계속했다. 10살 짜리와 42살의 자존심 대결이라... 옆에서 아내는 적당히 하라고 윽박지르지만, 빈정도 상하고, 내가 빈정상하는 만큼 주변 친구나 다른 사람들도 감정을 상하게 하면 안된다라는 대의로 꿋꿋하게 유치찬란한 대응을 계속했다.

  저녁을 먹고, 태우의 할 일이 다 끝나고, 우리는 안방에 배깔고 누워 위탈을 보며 어제 먹다 남은 아이스크림을 먹기 시작했다. 옆에서 같이 위탈을 보던 예원이가 들릴 듯 말듯한 목소리로 "나도 아이스크림 먹고싶다..."를 반복한다. 속에서 자꾸 웃음이 나오는데 그거 참느라 죽는 줄 알았다. 태우랑 둘만 먹으니까... 아이스크림은 여전히 많고 잠자리 전이라 태우를 절제시키고 아이스크림을 냉장고에 갖다 넣었다. 

  위탈이 끝나갈 무렵.... 예원이가 슬금슬금 옆으로 온다.. 그러더니 내 겨드랑이를 파고 든다. 난 자꾸 웃음이 난다. 티낼 수 없어 참느라 진땀이 난다. 그리고 예원이에게 말한다. 아빠한테 용서를 받으려면 무릅꿇고 네가 잘못한거에 대해서 정확히 사과해!!! 쭈뼛쭈뼛할 줄 알았더니.. 바로 무릎을 꿇고 자기 잘못을 빈다. 뭘 잘못했냐고 물었더니 자기 욕심만 부린 것에 대해 정확히 고백한다. 그리고 내 품에 안긴다. 다시금 사랑스런 딸로 돌아왔다. 옆에서 우리의 냉전을 가슴 졸이면 지켜보던 태우가 예원이의 등을 두르려 주며 잘했다고 한다. ㅋㅋㅋ

  이번 게임은 내가 이겼다. 나도 예원이나 태우에게 잘못하면 용서를 빈다. 난 권위주의적 아빠는 아니다. 이번엔 나의 권위를 세우기 위한 게임이 아니었다. 모두에게 사랑받는 예원이를 위한 게임이었다. 다시금 우리 가정엔 평화가 찾아왔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우리 아이를 축복하는 만큼 우리 아이들은 그 축복의 테두리 안에서 지,정,의가 건강하게 성장하고 있다는 것에 대한 확신이 들게한 예원이와의 유쾌한 한 판 승부였다. 사랑해.. 아빠 딸~

Posted by 다울의 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