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5. 8. 17:44
오늘 어버이날이다.
어제 부모님을 찾아뵙고, 오늘은 우리 태우와 예원이에게 어버이 대접(?)을 받았다.
예원이가 어제 학교에서 열심히 만들어 온 카드며 편지로 구성된 어버이 은혜 패키지 안에 아빠와 엄마에게 수여하는 상장이 들어 있다.
엄마는 청소상... 우리 집에서 청소를 제일 잘 한다고 준단다. 맞는 말이긴 한데, 그거보다 더 고상하고 좋은 상 제목이 있을텐데... 그걸로 각인되었다니 아쉽다.
내가 받은 아빠상은 고치기상이다. 우리 집에서 무엇이든 잘 고치기에 상을 준단다.
집에서 컴퓨터 고칠 사람이 나 밖에 없으니 문제 생기면 열일 제쳐두고 고쳐서 아이들이 컴터 사용하는데 문제없게 해 주어야 하고, 못질, 망치질 등등 하드한 일도 할 사람이 나밖에 없으니, 예원이가 준 상은 타당한다. 근데, 약간의 씁쓸함이 존재하는 것은 왜일까?
좀 더 고상한 상이 주어졌으면 어떨까?
난 우리 아이들에게 책도 잘 읽어주고(책 읽어주는 아빠상), 잠 잘때 이야기 들려주는 것도 잘하고(이야기 잘 들려주는 아빠상), 매일매일 잠자기 전 머리맡에서 기도도 해 주고(기도상) 하니까 생각하면 참 많은데 그 중에 컴퓨터를 비롯한 여러가지를 잘 고쳐주는게 가장 각인이 된 것일까?
위 사진을 보면 오늘의 나와 다른 예전의 나를 만나게 된다.
2008년 어느 날인가 기획팀원들과 코엑스에 이러닝 박람회를 갔다가 코엑스 주차장 앞에서 찍은 사진이다.
현재의 나는 서점과 복사실을 운영하는 사람이다. 사장이다. 실장으로 불리는....
그 때의 나는 한 회사의 본부장이다. PM팀, 설계팀, 개발팀의 3팀 23명의 본부원을 거느린...
지금의 나는 양복을 입을 수 없다. 편한 캐주얼로 복사, 제본, 문구, 도서판매 등의 먼지나는 일을 한다. 그래서 맨날 청바지에 면티를 입는다.
그 때의 나는 양복만 입어야 한다. 와이셔츠에 넥타이, 그리고 최대한 젠틀에 보이는 양복에 구두...
잦은 회의와 미팅 등으로 회사의 품위를 보여줘야 하기에...
그리고 그 때는 컴퓨터 앞에서 보고를 받거나, 자료를 만들고, 회의실에서 미팅하고, 외부에 나가서 프리젠테이션 하고 등등의 화이트컬러로써 살아왔다.
태우와 예원이랑 얘기를 하다보면, 지금의 서점, 복사실 실장님보다 그 때의 본부장을 더 멋있어 한다.
지금 아빠가 더 행복하고 돈도 더 많이 벌어... 라고 아이들을 위안해도 아이들 스스로의 느낌과 생각을 바꾸지는 않는다.
몇 번 그 때의 회사에 와보고, 내 자리에 앉아보고, 내 직원들의 인사를 받아보면서 아빠의 모습에 뿌듯함과 자랑스러움이 있었나보다. 외형상으로 지금의 서점, 복사실은 그 때의 인상만큼 강렬하진 않은가 보다.
나는 나의 변화에 성공하고 있는 중이다.
태우와 예원이가 기대하는 아빠의 명예를 찾다보면 그 때의 내모습에서 보았던 명예스러운 아빠를 이 곳에서도 보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그런데 무엇보다, 내가 하는 내일을 내 스스로 명예롭게 생각하고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내 속의 내적 에너지를 충만하게 함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