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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7.05 콘텐츠와 웹접근성....

한국정보문화진흥원(KADO)의 배움나라 콘텐츠 개발 프로젝트의 제안단계에서 부터 수주후 수행준비를 하면서 가장 많이 고민되는 것이 플래시 콘텐츠에 있어서의 웹접근성 확보다.
평범하고 건강한 육체로 살다보니, 그리고 나에게 주어진 일을 하다보니, 그냥 일반인들 관점에서 아주 편하게 판단하고 UI로 부터 콘텐츠의 구성까지 기획하고 개발해 왔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요즘 웹접근성, 웹표준화를 부르짖는 사람 및 기관을 보면, 굉장히 공리적이고 정보의 접근에 있어서 누구나 평등해야 하는, 정보평등사회를 토대로 거대한 이기적 IT 환경에 저항하고 있는 사람들처럼 보인다.

말을 들으면 옳다. 나에게 익숙한 자본주의는 기회를 획득하는 것이 실력이고 능력이며, 소수의 행복권보다는 다수의 행복에 더 집중이 되어 있다. 효과라는 측면보다는 효율이라는 단어로 최선보다는 차선을 종용하며 자기 합리화와 체제적인 안정을 유지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리라.

우리나라의 사회적 의식이 성장하면서 사회적 이목이 집중되는 공간에는 장애인을 위한 이동시설들이 보장되고 있고, 텔레비전을 봐도, 청각장애인을 위해 별도의 수화가 제공된다.(그러나 우리동네 새로짓는 5층 빌딩은 수익이 맞이 않아 엄두를 내지 못하고, 대다수의 건강한 젊은층을 대상으로 만드는 방송 프로그램은 시청율을 떨어뜨릴까봐 수화를 언강생심 엄두도 못낸다.)

장애인의 이동권 보장, 수많은 사회단체의 주장으로 사회적 통합을 이루어낸 결과이고, 텔레비전 프로그램도 사회적 명제에 자유롭지 못하기에 일말의 책임감을 가지고 시도되고 있어 보인다.

하지만 자본적인 가치를 추구하는 케이블 방송이나, 없는 돈으로 영세하게 건물을 짓는 사람들이 장애인을 고려하여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건물을 짓지는 않는다. 아니 돈이 안되니 하지 못한다.

내가 종사하고 있는 이러닝 분야에서도 웹접근성의 명분은 알지만 실재 수행에 있어서는 한계가 있다. 갈수록 영세해 지는 콘텐츠 개발단가와 시스템 구축 비용... 여기가 이러닝 개발업체가 사회적 책임을 지고 웹접근성 요소를 해결하라고 하는 것은 수익구조를 더욱 악화시키며, 업체의 지속적 유지에 큰 장애물이 되게 하고 있다.

아직 우리나라는 특정기관을 제외하고는 웹접근성에 대해 강제화 시키고 있지 않다. 미국처럼 재활법 508조를 통해 조달을 통해 공급하는 모든 제품 및 솔루션이 갖춰야 하는 기본적인 조건으로 강제화 시키고 있지는 않다.

웹콘텐츠 및 시스템의 특성상 많은 유형의 장애인 중 시력 및 청력에 대한 핸디캡을 가지고 있는 사용자를 대상으로 많은 것들이 고려되어 지기를 바라고 있다.
그런데 내가 맡고 있는 콘텐츠본부의 주요 산출물 유형이 플래시 개발물이어서 일반 웹페이지와는 사뭇 다르다. 시각 장애인이 키보드 조작만으로 학습자 혼자 학습의 진행이 가능해야 하며, 장애인을 위한 TTS(Screen Reader) 프로그램들이 플래시 안의 내용을 읽을 수 있도록 장치를 제공한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많은 어려움이 존재한다. 차라리 약시 장애인을 위해, 내지는 시력이 좋지 않은 노인들을 위해 콘텐츠 돋보기 기능을 넣는 것은 아무 것도 아니지만,  개발공수도 최소 1.5배의 추가 노력이 들어간다. 열악한 자본구조를 가지고 있는 이러닝 개발업체에게 이러한 사회적 책임을 부여하면서 개발단가를 떨어뜨는 치사한 '갑','을' 구조를 해결하지 않고는 쉽게 넘어갈 수 있는 산이 아니다.

우리나라가 저 북유럽처럼 사회보장제도를 팍팍 돌릴 수 있을만한 사회적 자본이 풍부한 나라도 아니고, 좋은 건 알지만, 그렇게 할 수 있는 토양이 제공되지 않는 상황에서 업체에게 책임을 묻고 역할을 수행하라고 하는 것은 지나친 공권력의 횡포라고 밖에 볼 수 없다.

내일이 되어 생각이 바뀔지는 모르지만, 남는 장사를 하지 못하는 이러닝 바닥의 생리상 참 어렵고 난감한 선택의 상황이다. 나도 정의가 무엇인지 알지만 배고파서 빵을 훔쳐야 하는 장발장의 고뇌를 다시금 느껴본다.

하지만 그들이 원하면 계약서에 준하는 제안서에 있기 때문에 수행해야만 한다.

Posted by 다울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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