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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08.08 [아빠와 아.들.]터키여행을 다녀와서(1) 출발 및 소회 2

4년전 꾼꿈이 현실이 되었고, 지금은 과거가 되었다.
내 삶의 터닝포인트 후 처음 세운 목표였는데, 과거가 되었고, 추억이 되어간다. 초등학교 들어가 첫시험 백점맞은 아이처럼 들뜬 설레임이 아직도 내 마음과 머리를 채우고 있다. 작은 성공, 계획을 세우고 입으로 선언하고, 현실로 만든 여정들이 앞으로 더 큰 꿈을 꾸게할 거 같아 더 설레인다.

2012년 7월 26일 목요일 저녁 11시 55분 비행기. 27일 금요일 하루는 직원들에게 부탁하고, 목요일 업무 및 월마감하고 정신없이 집으로 와 서둘러 저녁먹고 집을 나섰지만, 광명사거리 공항버스 시간이 안맞아 4~50분을 기다렸다. 공항에 최소한 3시간 전, 그러니까 9시까지는 도착하라고 여행사 직원이 당부했지만, 난 10시가 다 되어서야 도착했다. 터키항공으로 가서 티케팅을 하는데, 여행사 직원이 좋은 자리를 선점해서 예약해 놓았단다. 걱정했는데, 창가쪽 편안한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다. 면세점들은 늦은시간이라 문들이 거의 닫혀있어 쇼핑할 기회조차 없었지만 이래저래 하다보니 탑승시간이 거의 다 되어가고 있었고, 멕시코와의 축구경기가 신경쓰이긴 했지만 떠난다는 들뜬 마음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 대한 댓글을 챙기느라 탑승시간이 후다닥 다가와 버렸다.

비행기를 타기 위해 셔틀을 타고 탑승구간으로 이동해 비행기에 올랐다. 태우와 내 가방을 짐칸에 올리면서 여행기간 동안 읽을 책(이상호 기자의 X파일, 안철수의 생각)들 중 이상호 기자의 X파일을 의자수납칸에 꺼내넣고 출발준비를 마쳤다. 태우는 비행기 의자에 붙은 타블렛을 통해 게임에 열중하고 있다. 이번 여행동안 되도록 잔소리하지 말아야지라고 다시금 다짐하고 비행기 안을 둘러본다. 한국사람 참 많다. 애들도 많다. 우리나라 참 살기 좋아졌단 생각이 다시금 든다. 

비행기가 이륙한다. 귀가 먹먹해지고, 침을 꼴깍 삼키니까 다시 귀가 뚫린다. 책보다 자다를 반복하다 보니 잠시 후 이스탄불 아타튀르크 공항에 도착한단다. 떨린다. 출국수속을 받고 밖으로 나왔다. 화물찾는 곳으로 가서 캐리어를 찾고, 우선 급하게 사용할 50달러만 환전했다. 공항철도 이정표를 찾았다. 공항메트로 전철을 타러 내려갔다. 아직 새벽 5시도 안된 시간. 전철역 입구는 굳게 닫혀있고, 사람들은 그 앞에 셔터 올라가기만을 기다리며 모여있다. 더워도 건조할 거란 나의 기대와는 달리 이스탄불은 덥고 습했다. 지금 서울 날씨와 별반 다를게 없다. 5시가 되자 셔터가 올라간다. 나는 준비된 매뉴얼대로 제톤(전철과 트램을 탈 수 있는 토큰) 4개를 샀다. 1.5리라로 알고 있었는데 그사이 2리라로 올랐다. 10리라를 넣고 대충 짐작가는 버튼을 눌러 개수를 4로 늘렸다. 제톤 4개가 나오고 2리라가 거슬러져서 나온다. 상식대로 제톤을 넣고 공항전철을 탔다. 관광객이 낯설지 않은지 터키사람들은 우리를 별로 의식하지 않는다. 오히려 우리가 신기해서 두리번 두리번...여기 저기 관광객으로 느껴지는 무리의 사람들이 보인다. 우리는 준비된 매뉴얼대로 10여분 좀 넘게 달려서 [제이틴브루느 역]에 도착해서 도심셔틀 비슷한 트램으로 갈아탔다.

트램은 도심철도답게 작고 스마트해 보였다. 인도와 건물들 바로 옆을 지나가는게 생소하고 신기해 보였다. 그리고 트램이 다니는 길로 일반 자동차들도 똑같이 다닌다. 레일이 위로 튀어나와 있지 않아서 가능해 보인다. 여하튼 신기하다.

도심의 느낌은 중세 유럽의 어느 한 도시에 와있는 느낌이다. 고풍스런 느낌의 아름다운 건물들과 유럽스러움의 오가는 사람들... 낯선 나라 낯선 도시에 왔다는 느낌이 물씬 든다.

호텔에 체크인 하고 짐을 풀어놓은 후, 아직 이른 시간이지만 호텔밖으로 나왔다. 아직 익숙하지 않은 건물과 도로들... 그리고 그 위에 오가는 낯선 사람과 자동차... 익숙하게 보여지는 장면들이 아니기에 함께하는 아들 태우보다 나의 긴장감과 흥분도는 평상심을 깨고 있었다.

4년 전 아무런 근거도 없이 터키를 가겠다고 선언하게 만든 그 이끌림이 무엇일지 몹시 궁금해졌고, 뭔가 있을거라는 강한 확신이 밀려오고 있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8박 10일 동안 느껴본 터키는 여행자들을 실망시키지 않는다는 것이다. 새로운 여행지마다 돋아나는 감성코드가 다르고, 내 입에 붙어있는 형용사가 달라진다. 똑같이 아름다운 자연인데, 이렇게 다양할 수 있을까..하는..ㅎ

하지만 나를 반성하게 하는 것도 분명 있었다. 터키여행은 나에게 큰 계획이었다. 많은 것들을 집중시켜야하는... 그런데 여행을 하면 할 수록 내 가까이에 있는 것들도 제대로 느끼지 못했으면서 멀리 가서 감동을 찾는구나하는 자책. 이스탄불 여행을 하면서 그들의 왕이 살던 궁을 관람하고, 그들이 그들의 신에게 예배하는 사원을 관람하면서 내나라 서울에 있는 그 아름다운 궁들은 나는 이런 정성으로 보았던 적이 있나? 하는 나를 향한 질타... 카파도키아와 파묵칼레의 천연 자연경관을 보면서 우리나라 금수강산의 아름다움에 얼마나 매료되었었던가..하는 그리고, 에게해의 바다를 보며 신비감에 젖었다가 우리나라 바다도 그 못지 않게 아름다운데 하는 아픈 마음, 마지막으로 에페소의 고대유적을 보며 느끼는 허망함... 좀 더 내 가까이 있는 것들에 정성을 다하리라하는 어설픈 애국적 감상이 마음껏 일어났던 여행이었던 거 같다. 그래서 내년 여름은 서울 구석구석 누비기로 잠정적 계획을 세웠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터키는 참 매력적인 나라다.

**이후 각론으로 들어가서 아래 순서대로 여행기를 적어볼까 합니다. 언제 끝날지 모르지만^^
[아빠와 아.들.]터키여행을 다녀와서(2) 이스탄불 편
[아빠와 아.들.]터키여행을 다녀와서(3) 카파도키아 편
[아빠와 아.들.]터키여행을 다녀와서(4) 파묵칼레 편
[아빠와 아.들.]터키여행을 다녀와서(5) 에페소 편

Posted by 다울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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