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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9.14 첫째, 둘째 그리고 늦둥이 셋째

 

  셋째 효원이가 내게 온지 2달하고 열흘이 지났다.
저절로 크는 아이는 없다. 부모의...특별히 엄마의 포기할 수 없는 인내심으로 아이는 자란다. 첫째 태우는 결혼했으니까 의례히 아무 계산없이 낳았다. 둘째 예원이는 계산착오로 뜬금없이 생겨서 우여곡절 끝에 감사함으로 낳았다.
그러고 10년이 지났다. 태우는 5학년이 되었고, 예원이는 3학년이 되었다.
2010년.. 그러니까 작년 가을쯤인가..? 가족예배를 드리고 가족회의를 했다. 셋째를 갖는 것에 대해 태우와 예원이의 의견을 물었다. 태우와 예원이 둘 다 적극환영... 예원이는 막내 자리에 대한 애착이 별로 없나보다. 흔쾌히.. 그러나 여자 동생이길 간절히 바랬다. 아내와 나도 딸이길 원했다. 태우만.... 남자 동생...미안^^;;;;;

  그러고 얼마 후... 아이가 생겼다. 병원에 갔다. 이제 갓 생겼

 

단다. 아직 잘 안보이니 다음 주에 오란다. 다음 주에 갔다. 아기방은 보이는데 수정란은 안보인단다. 그럴 수도 있단다. 그래서 다음주에 또 갔다. 안심하고... 그런데 계류유산이란다. 아기 스스로 불완전하여 유산되는 경우가 있단다. 원인은 모른단다. 인터넷을 아무리 뒤져도 답은 없다. 아내는 몹시 힘들어했다. 태우도 서럽게 울었다. 예원이는 아직 어린가보다. 실감을 못하고 침울한 분위기에 눈치만 본다. 그렇게 셋째는 한때의 바램으로만 끝나는건가...했다.

  아내가 기운을 차렸다. 그리고 서로 조심스럽게 그 상황을 객관화시켰다. 태우랑 예원이를 너무도 당연히 건강하게, 평범하게 낳고 키웠기에 우리가 너무 자만했었나보다. 아내는 다시 갖자고 한다. 떠나 보낸 아이를 위해, 그리고 기대했던 우리의 삶과 행복을 위해..셋째를 갖는 것이 가장 최선의 답이라고 생각했나보다. 그리고 우리 자신을 돌아보았다. 태우랑 예원이 때랑 달라진 것들을 찾아보았다. 그리고 아내의 공부방을 정리하기로 했다. 그 스트레스가 아이에게 전이되었다고 확신했다. 나의 주변도 돌아보았다. 그리고 다시 임신이 되었다. 
 


  이번엔 무럭무럭 건강하게 잘 자랐다. 아내도 잘 견뎌냈다. 하지만 30대 초반 체력과 40대 체력은 너무 달랐다. 큰애들 때도 이랬나 할정도로... 내가 몹쓸 짓을 한것같은 미안함이 나를 지배했다. 그리고 태우랑 예원이 때 실점한 부분을 만회하기 위해 노력했다. 골뱅이 무침에 곱창... 열심히^^

  속히 출산의 날만을 기다렸다. D-DAY 2011년 7월 1일(금)... (태우가 거꾸로 있는 바람에 우리 아이들은 정상적인 경로로 나오지 못했다.) 설레였고 난 흥분되었고, 아내는 긴장했다. 수술대의 긴장감.. 다행히 제일병원은 산모들을 위한 배려가 느껴졌다. 담당 원장님도 아내의 긴장을 달래줬고, 아내 왈... 셋중 가장 기분좋은 출산경험이었다고 한다. 또 전신마취를 했던 태우랑 예원이 때와는 달리 이번 원장님은 부분 마취를 권하셨고, 아내는 처음으로 아이의 탄생을 느꼈다. 나도 탯줄 한 번 자르면 안되냐고 했다가 민망해지고^^;;;;;


  그렇게 셋째는 태어났다. 박효원(曉새벽 효 源근원 원)...이름은 예원이가 짓고, 한자는 내가 정하고 아버지 컨펌받고... 탄생은 위대하다. 또 눈물이 났다. 건강하게 태어나게 해 주셔서 감사하고, 건강하게 태어나서 감사하고... 이 사랑스런 아이가 내게 와준 것이 너무 고마웠다.
 
  [2011년 7월 1일 오후 2시 55분 출생. 몸무게 3.14(파이)kg/광명 제일산부인과/정OO 원장님 최고!]


  광명제일산부인과는 모자동실이어서 유리창 너머로 안보고 옆에 두고 볼 수 있는 기쁨이 있었다. 수술 후 통증은 여전하지만, 큰애들 때보다는 한결 수월하게 넘어갔다. 그리고 이겨냈다. 담당 원장님이 툭툭 던진 말 하나하나가 노파심에 걱정하는 우리를 평안케했고 5박 6일의 병원생활을 잘 마무리했다.



  우리 아내는 산후조리원 체질이다. 일단 우리 아내가 들어가면 왕언니 포스가 발휘되어 어색하던 사람들이 바로 언니동생하며 몇 년 알고 지낸 사람들처럼 수다를 떨고 추억을 만들어 간다. 산후조리원에서 이루어지는 일들이 뻔한지라 아내는 충분히 휴식하며 재미있는 2주간을 보냈다. 첫 느낌은 별로였지만, 일하시는 분들의 정성과 친절함이 제일 괜찮았다고 한다. 아빠만 출입이 가능했기에 태우와 예원은 늘 아쉬워했다.



  효원이가 집에 왔다. 효원이 덕분에 에어컨도 큰 걸루 교체하고, 세탁기도 돌려보고, 밥도 해 먹어 보고... ㅋ
이젠 이벤트는 끝났고 일상이 시작되었다. 특별히 아내에겐 태우랑 예원이 때와는 다른 육아가 시작되었다.
2살 터울 아이를 키우는 것과 아직 손이 많이 가는 초등학생 언니 오빠와 함께 갓난 아이를 키우는 것은 너무 달랐다. 아이들 스스로 뭔가 해 주기를 기대하지만, 여전히 엄마의 혈압을 끌어올리는 우리 태우와 예원이의 내공을 우리 아내는 당해낼 수가 없었다. 그 가운데 막내 효원이를 저렇게 잘 키워내는 것은 자발적 존경심을 불러 일으킨다.

  효원이는 여러모로 태우랑 예원이보다 발달과 발육이 빠르다. 체중이 느는 것도, 목을 가누는 것도, 몇 주는 앞서가고 있다. 갓 두 달된 아이를 사람들은 백일 지난 아이로 본다. 게다가 이렇게 예쁜 효원이를 사내아이가 인식하다가 옷색상을 보고 여자 아이로 정정한다. 우리 아이 셋은 공통점이 있다. 동글동글한 두상에 거의 없는 머리카락... 머리카락이 참 귀했다. 언니처럼 엄마 모유에 100% 의지하면서 아빠에게 큰 위로가 되어주었다. 경제적으로나, 체력적으로나...ㅋ

  두 달이 넘어가니까, 아빠 목소리에 반응하고 때론 활짝 웃어주기도 한다. 나는 또 우리 효원이와 놀아줄 꺼리들을 찾고 개발해야 한다. 나를 보고 환하게 웃어주는 효원이를 심심하게 할 순 없다.ㅋ



  세번째 아이를 키우는 건데 나와 아내는 또 초보가 된듯하고, 가늘고 여린 아이들 잘못 건드리면 어디라도 잘못될까봐 노심초사하며 두달 반을 키웠다. 이젠 업기도 하고 범보 의자에 앉히기도 한다. 그리고 아이의 사소한 반응에도 여전히 감동하고 감격해한다.

  아이를 키우는 것은 하루하루 힘들어도 인생에 있어서 가장 큰 보람인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상술에 놀아나는 의료체계나 사회적 시스템에 화가 나기도 한다. 가장 힘든 것이 신생아 검사나 예방접종에 있어서 비용이 포함되는 선택을 하는 것이다. 국가가 많은 부분 육아지원을 한다고 하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 그 틈새를 교묘히 파고드는 똑똑한 머리들은 어떻게 못하는거 같다. 신생아 검사의 경우 국가가 지원하는 무료검사가 있고 비용이 몇 만원 발생하는 선택적 검사와 몇 십만원 발생하는 선택검사가 있다고 선택을 요구한다. 선택검사는 만에 하나, 또는 천에 하나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신생아 이상에 대한 검사라고 한다. 경제적 능력이 되던 안되던 부모입장에 무료검사보다는 유료로, 유료도 이왕이면 좀 더 많은 검사를 하는 것으로 선택을 하게 되지 않을까? 만에 하나 이상이 있을 것을 대비해 검사해서 이상이 있어서 초기대응을 잘해 우리 아이를 건강하게 키우는게, 비용 아끼려다 문제가 생겨서 평생 고생하는 것보다 나으니까.. 그래서 제일 비싼걸루 선택했다. 그리고 검사결과지를 우편으로 받았다. 몇 십가지를 검사했는데, 이상징후는 하나도 없단다. 안심은 되지만 씁쓸했다.

  그리고 예방접종도 큰애들 때랑은 너무 달랐다. 많은 부분 건강보험 지원이 된다고는 하나 언제나 병원에서는 프리미엄급을 언급한다. 그걸 선택 안하면 아이가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 분위기로 몰아간다. 우리는 또 약해져서 비싼 것을 선택한다. 귀가 얇기 때문은 아니다. 주변에서 본 한 두명의 Bad Case가 흔히 있기 때문에...

  셋째를 두달 반 키우다 보니, 우리 나라는 아기를 낳으라고 권유만 하고 캠페인을 벌이고만 있지, 실질적으로 국가가 뒤에서 큰 힘이 되어주고 있다는 느낌은 전혀없다. 하지만 동사무소에 가면 뭐가 되게 많다. 안내책자 만들어놓고 출생신고할 때 나눠주는데... 실용적인 건 셋째 낳았다고 주는 격려금 50만원과 쓰레기 봉투가 다다. 아이는 국가를 보고 키우는 것이 아니라 가족의 인내와 사랑으로 키우는 것이라고 우리 스스로를 격려하며....


 

 

 

 

 

 



 

Posted by 다울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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