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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5.26 ▶◀근조 노무현 前대통령님의 영면을 바랍니다.
토요일 아침, 은행에 잠시 다녀와서 현관문을 여는데 아들 녀석이 황급히 뛰어 나와 노무현 대통령이 돌아가셨단다.
뭔말인지 몰라 대충 듣고 방에 들어갔더니, 텔레비전에서 서거 소식이 나오고 있었다. 서거일 오전 10시 경....
잠시 멍했다.
현실감이 안느껴졌다.
그럴 리가 없는 분인데.... 내가 유일하게 존경하는 정치인이자 대통령인데... 비뚤어져 가는 이 나라 현대사의 줄기를 바로 잡고자, 그리고 진짜 상식이 통하고, 이 나라 국민이면 누구나 존중받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들고자 헌신한 분인데, 그렇게 허무하게 삶을 마감하실 리가 없다는 생각에 현실감이 전혀 없었다.
그 순간 비통함도, 착잡함도, 슬픔도 느껴지지 않았다.
하지만 모든 방송 채널에서 앵커들과 기자들이 당신의 서거가 사실이라고 거듭 주장하고, 더불어 당신의 서거는 실족사가 아닌 유서가 발견된 자살이라고 얘기하는 것을 들으며 사실로 인정하기로 했다. 정말... 그냥... 인식적인 인정이다. 내 감정을 그것을 사실로 받아들이려 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무엇때문에...?
당신의 승부사 기질이 발휘된 것인가?
아니면 누군가의 음모인가? 그런 생각도 해 본다. 요즘 주로 읽은 것이 소설들인지라, 복선처럼 깔린 음모도 생각해 봤다. 지금에 와서는 현 정치권력이 걸림돌로 여긴 당신의 명예를 짓밟으며 죽인 것으로 보면 음모론도 말이 되지 않을까...?

혼돈스럽고 혼랍스럽다.

그리고 더욱 큰 애통은 이제 더 이상 당신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다는 것이다.
당신의 구수한 어투 속에 묻어 있는 논리와 진실은 내 삶의 작은 기쁨이었는데, 이젠 들을 수 없다는 것이 정말 속상하다.
작금이 이 답답한 MB정권의 정책과 공권력 행사에 대한 당신의 일침을 듣고 싶었는데, 이젠 들을 수 없다는 것이 절망스럽다.

오늘 프레시안의 기사에서 당신의 죽음이 명예를 택한 것이라는 글을 읽었다.
현 정권과 집권수구세력이 당신을 전직 대통령으로서의 예우를 하지 않음에 당신 스스로 명예를 선택한 것인가 라는 생각을 해 본다.

당신을 무너뜨리는... 당신을 마치 전두환, 노태우와 비교하며 떠드는 언론에, 한나라당 앞에 가장 명예스러운 대통령이었음에도 그렇지 못한 인식으로 대중을 현혹시키는 그들 앞에 당신은 소리없이 당신이 할 수 있는 가장 최후의, 절대 사용하지 않았으면 한 선택과 결정을 한 것인가?
"전직 대통령 중 3번째 검찰 출두...."
하지만 동네 똥개도 그 출두의 의미는 다 안다.
역사와 국민 앞에 지은 죄로 대검찰청에 들어가는 두 명의 전직 대통령과, 당신의 행보가 어찌 비교될 수 있는 것인가?
삼척동자도 다 아는 그 사실을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찌라시 신문과 언론, 한나라당은 같은 무게로 치부하며 열심히 호도해 댄다.
이건 쇄뇌다. 지난 10년간 많이 현명해진 국민을 다시금 우민화시키는 쇄뇌!!!!
이 현실 앞에 당신과 당신을 존경하는 많은 사람들이 얼마나 힘들었는가?
그 모든 무게감의 중심에 있는 당신은 얼마나 힘들었을까?
그 누구도 당신의 짐을 같이 짊어질 수 없기에 당신은 책도 읽을 수 없고, 글도 쓸 수 없는 처지에 놓였던 것이 아닌가?
나 같은 평범한 인간의 고민은 내가 한 실수로 인한 책임을 지는 것이 전부라.... 역사적 짐을 짊어지는 것이 어떠한 무게감인지 피부로 와닿지는 않지만, 조금은 느낄 수 있다. 누구와도 나눠지지 못하는, 나만이 책임져야 하는 문제에 대한 고독감...

다시금 우울해진다. 어디에도 이런 정치인, 대통령은 없었기에...
앞으로 얼마의 시간이 흘러야 시대와 권력에 영합하지 않는... 그리고 대본대로만 읽어야 하는 문장력없는 대통령이 아닌, 국민과 자신의 행동하는 철학을 가지고 소통할 수 있는 정치인이 나올 수 있을까?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라면 가능하지 않을까?
지금 현재의 현실적 기반과 힘이 없는 것이 아쉽지만, 노통과 가장 잘 통했고, 열우당에 내가 관심을 가지고 지지하게 만들었던 또 한 명의 정치인인지라 기대를 해 본다.
노통의 가치와 철학을 이어 받아, 신문을 보고 뉴스를 보며, 나도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써 자존감과 소속감이 들 수 있도록 하는 그 때를 유시민 장관이 해 줬으면 하는 바램도 가져본다. 그래서 오늘 예스24에서 노무현, 유시민으로 검색되는 책 중에 관심가는 책 6권을 주문했다.

마지막으로 재수시절 나를 울렸던 "죽은 시인의 사회" 마지막 장면을 회상해 본다.
존 키팅...Carpe Diem... 그 속의 앤더슨, 닐...
수구 보수 아버지 밑에서 키팅을 만나 비로소 자기의 선택을 하게 된 닐... 만들어진 틀로 세상을 보는 것이 아닌, 내 시선으로, 내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게 되면서 자기의 선택을 하게 되고, 그것을 인정하지 않는 아버지와 갈등하며, 힘 없는 자식된 입장에서 결국 아버지의 권총으로 자살하는 닐...
그리고 앤더슨... 수줍은 소년으로 부끄럼을 많이 타고, 나서지 못하고, 자신을 생각을 주장하지 못하는 내성적인 학생이 키팅을 만나 부끄럼을 극복하고 자기 속에 있는 자아의 자신감을 찾아내고, 삶의 주체적 재미를 만들어 간다.
기존의 전통과 틀로 IVY리그 진학율을 높이는 것이 목표인 미국 명문 고등학교 안에서 이런 키팅의 교육철학은 외면과 왕따를 당했지만, 그를 따르는 학생들을 그를 캡틴, 선장이라 부르며 존경하고 좋아한다.
하지만 학교권력 앞에 키팅을 해고를 당하고 떠나간다. 노통 당신의 미소처럼 키팅은 자신의 짐을 들고 나오며 학생들에게 눈인사를 한다.
그 때 가장 수줍은 소년 앤더슨이 책상 위로 올라간다. 그리고 소리친다. " Oh! Captain, My Captain."
교장의 눈치를 보던 학생들이 하나 둘씩 동참한다. 공부벌레 카메룬만 빼고...
마지막 장면에 키팅은 학생들을 보며 키팅's Smile을 보여주며 영화가 끝난다.

노통은 키팅과 같은 존재다.
잠들어 있는 우리의 의식을 깨웠고, 하나의 자연인으로써, 종속된 개체가 아니라 독립된 주체로써 대한민국 헌법이 보장하는 권리와 의무를 가지고 살아갈 수 있는 희망을 줬다. 무엇보다 소통의 의미를 일깨워 줬다.
대학시절 어느 교양과목의 교수님은 한 학기 내내 민주주의는 "소통하는 사회"라고 강조하셨다.

노무현 前 대통령님... 당신의 나의 영원한 대통령이십니다.
편히 잠 드세요.
당신이 지난 시간 일궈놓은 역사의 물줄기는 힘없이 사그라들지 않을 것입니다.
민초가 깨어나고, 생각할 수 있는 힘이 생기고, 무엇이 진실인지 판단할 수 있는 분별력이 생기고 있기에, 당신이 추구했던 가치는 더 이상 수면 아래로 다시금 가라앉지 않을 것이고, 우리의 일상이 되어 더 이상 민주주의를 노래하지 않아도 되는 당연한 그 때가 올 것입니다.
편히 잠드십시오.
사랑합니다.

Posted by 다울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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